모두의 무대 : 여는 글
회관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창작자와 참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하며,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번 탐구의 시간을 통해 회관이 어떻게 모두의 무대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창의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어디에나 무대는 존재하며, 일상 속 무대 위에서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니까요. 중앙 무대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가 모두 의미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함께 ‘군산회관’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갑니다.
새로운 페이지, 새로운 이야기 김미경, 리루서점
군산 경암동 리루서점에서 김미경 ⓒ로잇스페이스
잡지를 만들던 사람.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글을 썼다. 남편을 따라 군산에 자리 잡은 지는 7년, 군산에 서점을 연 지는 2년이 됐다. 서점과 출판사, 숙소 운영과 지역 행사 기획까지 하는 군산의 N잡러.
◯ 군산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2년 전에 경암동 철길마을에 리루서점을 열었어요. 지금은 리빙룸루틴이라는 출판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군산 원도심 쪽에 숙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N잡러예요. (웃음) 작은 작업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로잇스페이스
◯ 낯선 군산에서 N잡러가 되셨군요!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하고 계세요?
서울은 모든 게 넘쳐나잖아요. 군산은 부족하지만 하나씩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덕분에 한 명 한 명 동료들이 귀하게 느껴져요. 좋은 장소에 가면 계속 마주치는 이들이 있거든요. 오히려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더 꾸준한 연결이 가능하더라고요. 사람들과 점점 정이 들면서, 작은 공동체를 꾸리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 〈군산북페어 2024〉(이하 ‘군산북페어’) 이전에 회관에서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사실 회관은 저에게 낯선 장소였어요. 서점 동료들과 교류가 생긴 후부터 군산을 알아가게 됐거든요. 군산북페어를 준비하며 서점 대표님들과 다 같이 답사를 간 게 처음이었어요. 지하부터 옥상까지 걷고 둘러보며 아름답다는 감각과 동시에 막막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는 각 공간에서 무얼 할지 정해지지 않았던 상태였거든요.
◯ 동료들은 곧 군산책문화발전소를 운영하는 분들이기도 하겠군요. 군산책문화발전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군산책문화발전소는 군산 13개 서점의 연합이에요. 군산초단편문학상, 군산북페어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다 함께 이런 활동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서점을 친숙한 공간으로 어필한 거 같아요.
혼자 서점을 운영했으면 2년 정도 하고 접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군산 서점의 정체성이 점점 견고해지고 있어서 쉽게 문을 닫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군산 서점 지도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제 서점이 사라지면 정보가 달라지는 거잖아요. ‘함께 으쌰으쌰 나아가자! 망하지 말자!’는 힘을 주고받는 연합이에요. (웃음)
◯ 소통협력센터 군산과 군산책문화발전소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했는지도 궁금해요.
군산북페어가 진행되던 날. 오전 11시에 행사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2시간 전부터 오신 분들이 있었어요. 이어 대기 줄이 크게 빙 둘러선 걸 보며 안도감이 들었죠. 회관이라는 장소는 지나가다 들리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와야만 올 수 있는 곳이잖아요.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주실지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문을 열기 전부터 모인 거예요. 군산에 오는 버스나 기차표도 모두 매진이었다고 해요. 숙소도 그렇고요.
참가사 중 이번 행사로 인해 군산에 처음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다른 지역이거나 해외에서 오신 분들이 군산에 와서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실 욕심을 내서 최대치의 기쁨과 환희를 안겨주고 싶었어요. (웃음) 그렇게 준비한 행사가 ‘네트워크의 밤’이에요. 초대를 받고 오신 분들이 군산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가길, 군산의 수준을 얕잡아 보지 않고 경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런 마음이 모여 수준 높은 프로그램과 전시가 진행된 거 같아요. 멋진 판이 만들어진 거죠.
행사가 시작되고 100여 팀의 국내외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서점, 창작자가 일시에 모였어요. 맹렬하게 책을 팔고 사면서 생기는 뜨거운 열기와 교류가 굉장히 멋졌죠. 죽어있던 장소가 활용이 되어 넘치는 생동감으로 일순간에 들어찬 걸 보면서 희열이 있었어요.
◯ 군산북페어에 방문하신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군산 시민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어요.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도 무척 많았고요. 군산 안팎으로 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인 거 같아요. 군산뿐 아니라 대구나 제주의 서점, 창작자들이 군산에 오니 신기하고 신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어요. 남녀노소 모두 고무된 분위기였던 거 같아요. 김탁환, 김중혁 등 문화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군산북페어가 온라인에서 반응이 핫했다고 들었어요. 여러 채널에 소식이 올라갔으니 그 열기를 짐작하고 군산으로 오신 분들이 많으셨겠죠. 이번 행사를 통해 책과 서점이라는 단어가 섞이며 관광도시 군산의 이미지가 풍부해졌을 거라 생각해요. 군산이라는 도시에 대해 다양한 인상을 받고 돌아가시지 않았을까요?
◯ 이번 행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다음에 대해 그리게 됐을 거 같아요. 미경 님이 생각하시는 회관의 다음은 어떤 모습인까요?
회관은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훌륭한 기획이 쌓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리는 모습을 더해보자면, 우선 저는 서점인이기 때문에 군산북페어가 회관에서 연결성 있게 치러지면 좋겠어요. 앞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더 많이 회관을 아지트 삼아 활동하기를 바라고요.
영광과 쇠락, 부활. 들어서자마자 감흥을 주는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앞으로 전개될 활동이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제게 회관은 언제든 방문하면 양질의 프로그램 혹은 멋진 걸 볼 수 있는 곳으로 믿음이 생기고 있어요.
군산 경암동 리루서점에서 김미경 ⓒ로잇스페이스
◯ 회관을 하나의 책으로 비유한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잡지를 만들던 사람이라 뼛속 깊이 잡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웃음) 잡지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그림이 계속 펼쳐지죠. 회관은 잡지처럼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인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엄청난 길치예요. 회관에서 행사를 준비하며 수없이 길을 잃었죠. 여전히 미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회관을 통해 군산북페어를 치르며 느낀 건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책을 가까이하고 싶다. 출판과 서점 씬에서 신명 나게 일하고 싶다. 이 흐름 속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곳에서 에너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