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 : 여는 글
회관은 문화 공간의 기능을 해내며 지역 사회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 장소가 될 것입니다. 창작자, 참여자, 지역 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회관 프로그램 참여자를 만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났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탐구의 시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참여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만나는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고향이 가지는 의미 류정서, 대학생/ 《군산유학 2024 - 빈 공간》 참가자
《군산유학 2024 - 빈 공간》에서 류정서 ⓒ오’카도
태어날 때부터 19살이 되기까지 군산에 살았다. 디자인과 입시를 시작하며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다 ‘고향’이라는 개념을 실감하게 된 사람. 도시를 리브랜딩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인 군산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군산에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찾아온다.
◯ 《군산유학 2024 - 빈 공간》 (이하 ‘군산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하셨죠. 어떤 마음으로 참가하셨어요?
저는 시각디자인과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친구들과 군산북페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통협력센터 군산 계정을 발견했어요. 군산에 살 때는 미감이 떨어지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게시글을 보니 평소 좋아하던 디자이너 게시글이 올라와서 신기하더라고요. 군산유학 중 디자인 워크숍이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하게 됐어요.
◯ 군산유학에서 참여했던 디자인 워크숍 〈눈에서 눈으로 전승되는 이야기〉는 어떤 프로그램이었어요?
회관의 지도를 따라 활동하는 시간이었어요. 엄청 큰 전지에 평면도를 그려주셔서 공간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기록을 그 위에 붙여두는 작업을 했고요. 저는 늘 군산이 시간을 축적한 도시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회관도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어떤 곳은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이미 다듬어졌고. 또 다른 곳은 계속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예전에 「컨택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영화 속 외계인이 인간은 선형으로 시간이 흐르지만, 외계인은 원형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하더라고요. 외계인의 언어를 깨우치면 인간도 미래를 볼 수 있다고요. 여기서 나오는 외계인의 언어가 그래픽 적인데요. 저도 시민회관의 시간을 생각하며 제 방식대로 그래픽을 그려 스탬프처럼 남겼어요.
◯ 다양한 분들이 남긴 제각각의 기록이 궁금해져요. 다른 분들과 나눈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요. 디자인과 학생들, 연극영화과 학생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분 등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주로 동네의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아요. 시간이 멈춘 도시 같다고요.
《군산유학 2024 - 빈 공간》에서 류정서 ⓒ오’카도
◯ 군산유학 프로그램 전후로 군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나요?
사실 군산은 재미없는 도시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서울과 경기도에 지내며 더 비교가 많이 되기도 했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고향 친구들끼리 ‘군산이 왜 이렇게 힙해졌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군산유학이나 군산북페어처럼 재밌는 프로그램이 생기는 걸 보며 군산이 문화도시라는 걸 이제야 실감하고요.
그전에는 재밌는 행사에 참여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했거든요. 회관에서 여는 행사는 고향에서 하는 거라 편하고 좋아요. 아! 평소에 동기들에게 군산에 오라고 하면 절대 안 오는데, 회관에서 행사를 여니까 다들 모이더라고요. 그 모습이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회관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하면 좋겠어요.
◯ 계속해서 군산에 살아가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때요?
군산에 군산북페어처럼 큰 행사가 열린 것도 처음일 거예요. 덕분에 행사장에서 동창들도 많이 만났어요. 군산에 사는 어른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다들 회관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는 걸 기대하는 거 같아요.
◯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며 변화된 회관의 모습을 오랜만에 마주하셨죠. 어떠셨나요?
회고록처럼 삶에 대한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고향이 가진 의미를 알려주고 싶거든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힘들 때는 고향과 가족 생각이 나더라고요. 타지에 살아보니 고향에 애정이 생겼어요. ‘내가 진짜 쉴 수 있는 곳’은 고향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제 본가는 회관 근처예요. 집에 오는 길에는 늘 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데, 그때 집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관은 제게 고향 같은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