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력센터 군산

06. 창작 동시대 매개

함께라는 감각 : 여는 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창작자, 참여 자, 주민—이 협업하여 공동의 문화를 창출할 때, 회관은 더욱 빛날 겁니다. 이번 탐구의 시간을 통해 회 관이 군산 안팎의 연결고리로서 어떤 역할로 나아갈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관계와 감격을 나누고자 합니다. 협업을 통해 우리는 문화의 경계를 넘고 서로의 비전을 연결하여 지역 사회의 풍요로움을 더할 것입니다.

창작 동시대 매개 소통협력센터 군산

군산회관에서 커넥트군산의 팀원 ⓒ현필름
군산 안팎을 연결하는 로컬 창조 커뮤니티.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공모를 통해 군산시가 2022년 5월 유치했다. 같은 해 12월, 호원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주식회사 커넥트군산’이 운영사로 선정됐다. 현재의 소통협력센터 군산(이하 ‘센터’)의 시작점이다. 인터뷰에는 김성령, 김은지, 박세진, 박지수, 이하늬, 최미래 6인이 함께했다.
◯ 군산에 터를 잡은 지 벌써 2년을 꽉 채워가네요. 군산유학, 군산북페어, 맵핑캠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군산 안팎의 시민들과 함께 진행했는데요. 2년의 성과를 팀 내에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성령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직 조심스럽지만, 내부적으로 바라봤을 때 군산의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많이 애썼어요. 특히 작년 상반기에 직접 구불길을 걸어보는 등, 지역의 문화와 커뮤니티를 탐색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어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이후 프로그램을 매력적으로 만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도 저희의 기획 의도를 잘 흡수해서 “군산에서 이런 프로그램 경험해서 너무 좋다”라는 의견도 주셨고요.
김은지 저는 군산에서 자랐는데, 기존의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다뤄서 좋았어요. 특히 참여자들의 후기가 정말 좋아서 반가웠죠. 한편으로는 오히려 타지에서 더 유명한 느낌도 들어요. 아직 군산 내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획도 있어 ‘장벽이 높은가?’싶기도 하고요.
◯ 아무래도 공공의 성격을 띤 공간이기 때문에 지역에 어떻게 녹아들지도 고민하셨을 거 같아요. 군산 시민들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낯선 지점이 존재하니까요. 지역과 융화하기 위해 ‘대중성’을 고민한 부분이 있을까요?
박지수 프로젝트마다 다른 거 같아요. 군산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면 언어를 쉽게 바꾸거나 홍보 채널을 군산 중심으로 이어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퀄리티를 높여 다가가 고 싶다면 그대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외부에서 군산으 로 ‘유학’을 오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시작한 군산유학 같은 경우는 세부 워크숍의 소개들이나 그래픽 디자인 같은 부분은 문화예술적 감도를 높이는 편을 고수했고, 회관 사용법의 시민 참여형 공연 〈무대 – 사용자〉같은 경우는 신청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구글 설문지 를 통한 접수 대신 이메일과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하여 신청을 받는 등으로의 변주하였어요.
이하늬 회관이 지향하는 중요한 방향 중 하나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해보는 것이에요. 이 지점에서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이름, 진행방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치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마음을 열어 주신다면 회관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볍게 한 번 참여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궁금해요. 기획이 탄생할 때 필요에 의해 결정하시나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결 정하시나요? 팀 내에서 어떤 고민과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김성령 프로젝트마다 기획의 출발점이 달라서 하나로 모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공통점을 찾자면 ‘애정’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요. 큰 틀은 디렉터님과 소통하고, 디테일을 채우는 일은 저희 관점으로 논의를 많이 해요. 가령 ‘군산의 구불길은 참 좋은데 왜 안 알려졌지?’, ‘왜 군산에 있는 외지 대학생은 군산을 경험하지 못하고 떠나갈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죠. 각자 하고 싶은 기획이 무엇인지도 많이 소통하는 편이에요.
최미래 덧붙이자면 올해 진행한 〈구불구불 LNT 탐험〉의 경우, 군산에 구불길이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군산의 ‘자연’이 큰 매력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도 군산 사람이니까 군산인도 잘 모르는 산책길을 찾아보자는 욕구가 있었어요. 성령 님과 연초에 대야 편백 치유의 숲, 청암산 등을 함께 걸으며 군산의 자연을 잘 볼 수 있는 곳을 선정해 진행했어요.
박지수 군산유학 프로젝트는 ‘좋은 문화예술 워크숍은 왜 서울로 가야만 들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일상에서 예 술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부 주제를 나눠 8개의 워크숍을 구성했고, 일반인들도 재미를 느끼는 커리큘럼으로 구성했어요. 프로그램명도 ‘군산유학’이라서 외부 사람이 많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라 디자인에서도 힘을 줬고요.
◯ 다양한 협업자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죠. 좋은 협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받았는데, 센터에서 지향하는 “좋은 협업”이란 무엇일까요?
박세진 창작의 과정을 협업하다 보니 단순한 ‘발주처’와 ‘용역사’ 관계보다는, ‘같이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PM이 기획하고 있지만,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과 재밌는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접근해요. 같이 만드는 과정이니까요. 물론 기획을 처음에 강하게 잡아요. 명확하게 그리는 그림이 있어야 구현하는 분들과 소통하기에 용이하거든요. 좋은 협업은 현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다음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작업이어야 하죠.
김은지 파트너 팀을 많이 신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웃풋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의견을 주고받아요. 그럼 서로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자율성과 신뢰가 있는 관계를 좋은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김성령 프로젝트마다 담당자가 굉장히 상세하게 챙겨요. 제 입장에서는 팀원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일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 자주 해요. (웃음)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자신의 것을 넣고, 고민하는 시간이 있어서 밖에서 봤을 때도 잘 보이는 거 같아요. 서로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게 협업하는 거죠.
이하늬 자랑하고 싶은 포인트에 ‘센터 내 팀워크’도 있어요. 센터 내부에서도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해요. 저희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개방적인 편인데요. 솔직한 대화가 좋은 결정으로 이어질 때가 많아요. 서로 존중하지 않거나 마음을 터놓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죠.
◯ 드디어 회관이 새롭게 개관하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팀 내에서, 혹은 개인적으로도 회관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그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세진 〈군산패턴 워크숍 – 빈 상자〉를 했을 때 공간에 25명 정도 모여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했는데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런 작당모의를 자주 하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회관이 공간마다 느낌이 달라서 분위기를 바꿔 다르게 경험할 수 있어요. 구석구석 공간을 쓰면서 창작과 영감의 지점을 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새로운 걸 마주치는 공간으로요.
김성령 모두의 무대가 되길 바라요. 아이부터 노인까지 편하게 올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멀리 소문이 나서 ‘군산 사람들은 좋겠다.’는 부러움을 사면 더 좋고요. (웃음)
박지수 지금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이 계세요. 그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일명 ‘군산회관 팬’이 많아졌으면 해요. (웃음)
군산회관에서 커넥트군산의 팀원 ⓒ현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