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력센터 군산

06. 군산 안팎의 창작자 연대

함께라는 감각 : 여는 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함께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창작자, 참여 자, 주민—이 협업하여 공동의 문화를 창출할 때, 회관은 더욱 빛날 겁니다. 이번 탐구의 시간을 통해 회 관이 군산 안팎의 연결고리로서 어떤 역할로 나아갈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관계와 감격을 나누고자 합니다. 협업을 통해 우리는 문화의 경계를 넘고 서로의 비전을 연결하여 지역 사회의 풍요로움을 더할 것입니다.

군산 안팎의 창작자 연대 윤성서&박찬신, TMC

왼쪽부터 윤성서, 박찬신 ⓒTMC
파주와 서울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디자인 콜렉티브. 문자 매체와 관련한 일들을 하기 위해 모였다. 문자를 중심에 두고 디자인, 공예, 교육이라는 개념과 결합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회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군산유학 2024 빈 공간》 그래 픽 디자인을 맡아 진행했다.
◯ 회관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을 쌓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작업하며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이 무엇인가요? 그걸 풀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회관은 갑자 기 새로 생겨난 기관이 아니라 오랜 시간 기능하던 공간이면서 동 시에 사람들의 추억을 지닌 장소라 기존의 자연스러움 위에 새로 움을 어떻게 쌓아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난해 4 월에 처음 회관을 방문했고 여러 번의 답사를 통해 군산 지역을 경 험하면서 회관의 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역민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었지 만, 군산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강점이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회관은 운영 측면에서 공공과 민간 두 성 격이 있듯이 건축 정체성 측면에서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해 야 하고 사용자 집단도 군산 시민과 다른 지역 사람들이 두루 포함될 수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성격이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저희가 그런 맥락과 분위기를 잘 이해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정체성의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는 회관 건축물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 비주얼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에서의 ‘형태 실험’이나 ‘스케치’ 과정도 인상적이었어요.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도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해요. 발현된 아이덴티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회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두 단 계에 걸쳐서 완성되었습니다. 2023년 하반기에 진행한 연구 리서치 과업과 2024년에 완료된 디자인 과업이 있었는데요. 언급해 주신 실험과 스케치 과정은 연구 과업을 진행하며 시도했던 것들입니다. 연구 리서치 과업은 유사 기관의 운영적, 디자인적 특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하거나 기관 브랜드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는 등 레퍼런스를 통해서 회관의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업이었습니다. 공공 성격을 지닌 기관이라고 해서 모두 유사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유사한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기에 국내외 기관을 살펴보면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기호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정체성에 대해서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 과업을 진행하면서 소통협력센터 군산의 회관 운영/네이밍 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공유 받을 수 있었고 그즈음부터 TMC 구성원끼리 회관의 이미지를 여러 시각표현으로 실험해 보면서 흥미로운 이미지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회관 건축이 많은 영감이 되었어요. 이후 시안화 과정에서 3가지 이상의 시안으로 공유되었는데 1차로 선택된 시안은 회관에서 볼 수 있는 다양 한 장소, 건축의 얼굴들을 그리드 위에 전개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1차 시기에 완료한 시안은 건축의 인상은 있지만 기호성 이 다소 약하고 다양한 곳에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어요. 올해 상반기 디자인 완료 단계에서, 회관의 영문명, Gunsan Creative Center의 약자인 GCC를 심볼마크로 넣어 회관을 돌아다니는 주인 공으로 만들어 주게 되었습니다. 완성된 회관의 로고는 여러 요소가 조합된 형태로 센터 내부적으로는 일체형을, 시민과 만나는 곳 에서는 심볼마크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TMC에서 브랜딩 디자인을 할 때, 작업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으신 가요?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성격과 태도, 브랜드가 소통 대상으로 생각하는 관객을 고려합니다. 브랜드 디자인 결과물은 정체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부적으로 자잘한 소통의 기능을 하게 되는데, 많은 경우에 브랜드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의 철학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에 부여된 정체성이 일 정한 태도와 목소리로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최근에는 클라이언트와 협업 관계로 일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은데요, 저희는 수직 관계로 디자인 일을 진행하기보다 함께 협업하는 관계를 쌓아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토대 위에서 진행되었던 것 같아서 소통협력센터 군산, 그리고 함께 협력한 디자이너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지역 밖의 기획자는 다른 지역에서의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과 전 문성을 바탕으로 회관에 기여할 수 있는데요. 군산과의 협업 지점을 만들어가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직/간접적 경험을 통 해서 이해도를 높이고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군산과 연결점을 가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분, 군 산이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분,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군 산에 가서 사는 분, 군산에 자주 출장을 가는 분, 군산에 가본 적이 있는 분… 요즘에는 이곳저곳으로 국내 여행을 떠나거나 유목하듯 여러 거점을 두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가는 반경을 더 확장하면서 삶의 방식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저희 도 그런 가능성을 상상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회관이 다양한 사람 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인지, 작은 역할을 가지고도 회관을 점점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고향이라고 여기는 지역이 없는 지라 어디든 추억이 쌓이면 나름의 심리적 정착 지점을 찾는 편인 데요. 휴게소를 두 번 들러 군산에 도착하고 늘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신 뒤 회관으로 이동하는 루틴이 생기면서부터 군산이 오래 걸 리는 옆 동네 정도로 느껴진답니다. 거주민이 아니어도 지역에 대 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꾸준히 쌓으면 지역의 문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낯설었던 회관이 작업을 거듭하면서 익숙해지는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작업할 때 ‘지역성’을 고려하시나요?
작업물에 어떻게 녹이려고 고민했는지 궁금합니다. 네 맞아요. 작년부터 1년 반 동안 계절 마다 군산에 방문하다 보니 회관도, 군산 지역의 많은 곳도 익숙해졌습니다. 조급하지 않게 한 지역에 대해서 생각하고 경험할 기회를 가지면서 지역성과 지역성을 정의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하 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군산을 알아 가던 초반부에는 ‘군산’이라는 이름의 의미부터 군산시민문화회관의 과거, 군산 지역의 자연환경과 건축 등 여러 정보를 많이 구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까 하고 말이 죠. 외지인으로서 군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지는 부담도 어느 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역성을 정의하는 것은 주체가 누구이냐, 태도나 시선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무거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기존의 지역성을 디자인에 드러내는 것보다 지향하는 정체성에 맞는 디자인을 가지고 꾸준히 행위를 누적하는 것이 디자인의 본래 역할과 기능에도 부합하고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지역성을 그때그때 이야기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합치된 지역성을 정의하는 곳이 되기보다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장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회관에서 다양한 시 선이 맞물리는 경험이 많이 쌓인다면 지역성이라는 과제의 무게감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요?
◯ TMC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협업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각 분야/영역의 사람들이 쌓는 경험 정보의 종류나 양은 다르기 마련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럴 때 차이와 불균형을 완화하도록 정보를 잘 순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다양한 주체가 함께 지역을 경험하면서 인상을 공유하는 것이 협업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함께 군산을 경험하면서 군산, 회관, 군산의 자연환경,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나눌 수 있었기에 성공적인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