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2]
문화적 수평공간을 그리며 임권웅
임권웅 소장. ⓒ 로잇스페이스
건축가. 시민문화회관 재개관 리모델링 설계를 담당했다. 공공공간을 활용해 도시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시민문화회관은 공간 운영자와의 공공 협력을 통해 민관협력 방식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설계 초기부터 운영 단계까지를 함께 고민하고, 시민들에게 더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간다. 특히 무대 객석 의자를 들어내고 계단식 데크가 그 자리를 메운다. 어디든지 객석이 되고, 어디든지 무대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했다.
리모델링을 처음 시작할 때, 김중업 건축가의 유작이다 보니 부담도 되셨을 것 같은데요.
처음엔 엄두를 못 냈죠. 몇 세대를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거장이시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던 거 같아요. 군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건물이기에 더 기대되었죠.
기존의 시민문화회관 공간 구성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공간은 높은 계단을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구조는 시민들에게 쉽게 오갈 수 없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로 거리와 연결된 수평적 쐐기 공간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더 쉽게 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로와 시민회관을 연결하여 개방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공간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이를 통해 시민들이 기존 시민문화회관에서 느꼈었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자 했어요. 쐐기 공간을 통한 변화로부터요.
임권웅 소장이 카메라로 공사중인 회관의 모습을 담고 있다. ⓒ 로잇스페이스
설계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요?
군산시민회관은 민관협력(Public-Private-Partnership, 이하 PPP)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이는 설계 과정에서부터 공간운영자와 협력하여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지,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방식입니다. 초기 단계부터 운영까지 고민하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인 셈이에요.
일반적으로 공간운영자는 설계 과정에 참여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설계자가 최적의 안을 두고 공간을 설계하더라도, 실제 공간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알맞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PPP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설계 공모 방법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좋은 의미이지만, 한편으론 저에겐 설계를 발주한 군산시청과 설계 이후 공간의 기획·운영을 담당하는 커넥트군산, 두 감독관이 생긴 셈이긴 해요(웃음). 아무래도 두 기관 사이에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오히려 두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고 생각해요.
설계할 때 특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꼭 지키고자 하신 것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기존 건물의 외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어요. 시민문화회관은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이자 군산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겨진 건물의 모습은 유지한 채, 내부의 변화만으로 건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동선 설계로 공간을 변화시키고자 했죠. 지하 1층부터 3층을 연결하는 수직적 동선(엘리베이터)과 대학로와 시민회관을 연결하는 쐐기로 수평적인 동선을 만들었죠. 내부는 과감하게 고치고 바꾼 거 같아요. 시민들이 공간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손볼 곳은 손보자”는 접근으로 공간을 개선했습니다.
임권웅 소장. ⓒ 로잇스페이스
완공 후 군산 시민문화회관이 어떤 공간으로 활용되었으면 하시나요? 혹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기존 시민문화회관은 주로 문화예술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어요. 당시 사진을 찾아보면 시민들이 회관 앞에서 멋지게 갖춰 입고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지역의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는 조금은 격식 있는 공간이었던 거 같아요. 새롭게 조성될 시민회관은 시민들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과 옷차림으로 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설계했어요. 그래서 내부는 기존 객석의 의자를 없애고 어디에서나 객석이 되고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수평적인 데크 공간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어디에 앉을지, 어디에서 공연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이 될 거예요. 이는 자유로운 전시와 공연을 가능하게 하며 시민들이 상상하고 다양한 실험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누구나 들어와서 상상하고 창의적인 행위들이 일어날 수 있는 마치 공원과 같은 건물이 되면 좋겠어요.
나에게 회관이란, 단단한 껍질이 깨져 생긴 틈으로 사람들이 드나들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