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음향으로 소통하는 감독

[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3]

음향으로 소통하는 감독, 박종수님

군산 예술의전당 공연장에서 만난 박종수 감독 ⓒ 로잇스페이스

군산시민문화회관 개관 2년 차쯤부터 일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창기는 어땠나요?

지금처럼 다양한 예술 공연이 열리진 않았어요. 초창기에는 연극, 학교 축제 공연 위주로 했었죠. 그러다 점점 재즈,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게 됐어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지자체의 지원도 있었고, 국내 공연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이유도 있겠지요.

그땐 공연 횟수가 얼마 정도 됐나요?

초창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어요. 폐관 시점엔 1년에 최소 120회 정도 진행됐고요. 공연이 120회인 거니까, 미리 셋업 하는 날짜까지 합치면 하루도 돌아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봐야죠.

엄청 많았네요. 당시엔 어떤 공연이 가장 많았나요? 혹은 인기 있었나요?

저희 군산에 음악 활동하시는 시민들이 매우 많으세요. 악기 연주하시는 분, 동아리, 협회가 다른 소도시에 비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발표나 연주회를 많이 하셨죠.

초창기에 공연이 많지 않았을 땐 어떻게 사용되었나요?

처음에는 내부보다 외부가 더 많이 사용됐던 것 같아요. 군산에 처음으로 그런 큰 건물이 생긴 거잖아요. 많은 시민이 건물 계단에 앉아서 술도 마시고,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점점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와 공연도 보고, 공연도 하고, 졸업식도 하고, 학예회도 하게 된 거죠. 처음부터 활성화가 잘 된 건 아니었어요. 2000년쯤부터 점점 잘 쓰인 거죠.

군산시민문화회관이 폐관한 뒤 바로 예술의 전당으로 이직하신 거죠?

네. 예술의 전당 개관 직전까지 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했어요. 예술의 전당이 생긴 뒤부터 모든 공연이 이곳으로 넘어왔죠. 그때 구시대와 신시대가 교차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구시대와 신시대가 교차하는 느낌이라.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한때는 가장 크고, 신식이었던 시민회관이 구식이 되고, 새로운 건물이 그것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거죠. 물론 이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은 없었어요. 바로 예술의 전당으로 넘어와 일을 하고 새로운 장비에 익숙해지기 위해 몇 달을 바쁘게 보냈기 때문에요. 바쁜 시기를 보낸 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발길이 끊겨 으슥해진 시민회관을 지나고 있더라고요. 그때마다 ‘이 건물이 더 잘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음향감독 일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공연에서 음향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만큼 압박감이 심할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이 일을 시작하고, 오래 할수록 수명이 짧아지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오래 할 수 없겠다!(웃음). 스트레스가 엄청나거든요. 공연자와 관객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위해 한순간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리고 모든 공연은 무조건 크고 작은 사고가 나게 되어있어요. 단 한 번도 어떤 사고 없이 지나가는 공연은 없거든요. 그렇지만 무대 뒤에서 계속 해결하며 끌어가는 거예요. 그러니 굉장한 몰입과 긴장이 엉켜있죠. 수명이 짧아지고 있습니다(웃음). 또 음향은, 크게 실수하면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 수 있다는 게 아주 큰 포인트예요. 압박감이 없을 수 없죠.

그런 스트레스가 심한 일을 30년째 하고 계시잖아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저 고등학교 때, 군산에 큰 건물은 시민회관밖에 없었거든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그냥 들어가 본 거예요. 우연히 어떤 오케스트라가 리허설하고 있었죠. 방해하면 안 되니까 2층 객석에 몰래 앉아서 리허설 끝까지 다 보고 나왔어요. 몰랐던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그전까지 음악이나 악기는 제 삶과 동떨어진 것이었어요. 공연에 대해선 당연히 아무것도 몰랐고요. 그런데 마냥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공연과 음향에 점점 길을 연 것 같아요.

그때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서 30년째 하는 걸까요? 30년을 실감하며 살고 있진 않아요. 그저 그냥, 같은 마음을 갖고 했을 뿐이에요.

음향감독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해야 할까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소통이죠. 모든 공연이 다 똑같은 음향 세팅을 갖고 가는 게 아니거든요. 재즈면 재즈, 클래식이면 클래식, 연극이면 연극 다 다르고요. 같은 재즈라고 하더라도 공연팀 구성에 따라 또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공연팀과 사전에 조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음향 기기만 잘 만지면 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음악적 감각도 필요할까요?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 ‘잘 알아차리는 좋은 귀’ 같은 것이요.

당연히 감각도 필요하겠지만, 열정이 더 중요해요. 얼마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다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소통에는 열정이 필요하고요. 공연팀과 함께 무언가를 더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더 잘하려는 열정과 마음이 있어야만 하거든요. 물론 이런 마음은 매일 넘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시 다잡는 거죠. 열정으로.

소통을 위한 열정! 음향뿐 아니라 다른 일하는 데도 필요한 점인 것 같아요.

네, 특히 공연하시는 분들은 최소 6개월, 많게는 십수 년간 연습한 뒤 공연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책임감을 느끼고, 좋은 공연을 함께 만들기 위해서 저 또한 열정을 갖고 소통하고 일하는 거죠. 기자님이 하시는 일도 그렇겠죠. 모든 일이.

성취감을 잘 느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아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죠. 지금 생각해 보니까 성취감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면 일단 모두가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인사하거든요. 사실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전 그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순간이 좋아요. 성취감도 느껴지고, 보상받는 것 같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저는 감독님께서 기술적인 부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마음가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왜 그러셨을까요?(웃음) 기술도 물론 중요하죠. 그렇지만 공연이라는 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잖아요. 무대 뒤에서 일하는 저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얼마나 기쁘고 즐겁게 하는지 관객들도 다 느껴요. 제가 볼 땐 다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웃으며, 즐겁게, 원활한 소통을 하며 만든 공연을 지향해요.

이제 곧 시민문화회관이 재개관하는데요. 어떤 공연장, 회관이 되길 바라시나요? 음향 감독님의 개인적, 공적 의견 모두 좋습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공연장이요! 문턱이 낮은 공연장이요. 누구나 다 쉽게 공연을 접할 수 있고, 할 수 있고,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요. 공연장에 와서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고 해도 가능한 곳이요!

프러포즈요?!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된 의견인가요?(웃음)

경험담은 맞는데 제가 한 건 아니에요(웃음). 군산시민회관에 있을 때 제 친구가 공연장에서 프로포즈할 수 없겠냐고 해서 몰래 살짝 열어준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워낙 절친이었는데... 인생에 한 번 있는 프로포즈를 꼭 공연장에서 해야 한다길래... 하루 종일 같이 풍선 불고 준비한 적이 있어요. 제가 노래도 골라 틀어주고요. 그런 순간과 기억이 시민회관을 의미 있고 따듯한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 에피소드는 기자님이 편집해 주세요! 저 시말서 쓰면 어떡해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시민문화회관이란?’ 한 문장으로 인터뷰 마무리해주세요.

나에게 군산시민문화회관은 ‘희로애락’이다! 그곳에서 보낸 오랜 시간 동안 힘들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고요. 공연을 볼 때는 슬퍼 울기도 했고, 웃겨 웃기도 했고요.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준 예술을 보여준 곳이에요. 어디 가서 펑펑 울 수 없지 않습니까? 공연 볼 땐 그게 되거든요. 감동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희로애락’입니다.

군산 시민문화회관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군산시립교향악단 출신 음악가 ▲공연 순찰 진행햇던 나운지구대 순경 ▲1995년 2013년 군산 영광여자중학교 합창단장 출신 학생 ▲시민문화회관에 서공연했던 신풍초등학교 출신 어른이 ▲2010년 제9회 리틀모델선발대전에 선정된 어린이 ▲시민문화회관을 놀이터 처럼 사용했던 20-30대 ▲나의 회관일지에 특별한 추억을 나누고 싶은 사람 누구나! 문의 063-464-1504 (소통협력센터 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