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력센터 군산

6. 군산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리는 청년

[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2]

군산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리는 유재일

나운동에 위치한 극단 청년브릿지에서 유재일 대표 ⓒ로잇스페이스
배우. 군산의 극단 청년브릿지 대표이자 연출가. 2019년, 연고지 없는 군산에 정착했다. 웹드라마 『월명선셋』, 영화 『월명동 김씨 아저씨』 등 군산을 배경으로 극을 만들고 연기를 업으로 살아간다.
금강하굿둑, 월명동, 선유도 등 유재일이 연기하고 만드는 작품의 배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들이다. 군산의 것을 통해 정겨운 풍경을 만들고, 나와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드는 유재일은 군산의 유일무이 청년극 청년브릿지를 이끌고 있다. 시민문화회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청년브릿지 연습실에서 유재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재일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신남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유재일이 출연했던 단편 영화를 찾아봤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느새 그가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활동을 응원하게 되었다.
연극 대본을 읽고 있는 유재일 대표. ⓒ로잇스페이스
소도시에서 전문 배우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단편적인 생각이 먼저 들긴 하는데, 그런 질문 많이 받으시죠?
(웃음) 맞아요. 다들 걱정을 많이 해주시죠. 생각해보면 군산은 영화 촬영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촬영 중에 배우가 필요할 때 저희를 많이 찾아주세요. 작은 역할은 지역 근처에서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까운 김제나 익산에서 촬영할 때도요. 영화를 만들 때 우리는 주연만 깊게 기억하지만 단역의 역할도 많거든요. 지역에 있는 보조 출연자들을 제가 연결해주기도 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게 이점일 때가 더 많아요.
지역에 있는 게 오히려 기회가 더 많다는 이야기군요.
네. 저는 연출가 겸 배우 겸 작가 다 해요. 정말 이것저것 다 하거든요. 연극 같은 경우는 직접 작품을 쓰고 단체에 있는 배우들과 극을 만들어요. 2년 전부터는 군산에서 매년 하는 시간여행 축제 길거리 퍼포먼스도 계속하고 있어요. 일종의 길거리 퍼포먼스죠. 군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극 활동을 꾸리기도 하고요. 또 연기 강사로도 교육 활동도 하고 있어요. 창작과 전통 예술을 섞어서 극을 만들죠.
엄청 많은 일들을 하시네요. 밤낮없이 일하시겠어요.
바쁘죠. 바쁘니까 좋아요. 저를 찾는 분들이 많다는 거니까요. 저는 군산이 고향은 아니에요. 2008년에 서울 대학로에서 조명 감독으로 일하다가 2019년부터 군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 왔을 때 지역에 젊은 배우가 왔다고 하니 다들 반겨주셨어요.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시려고 하고요. 지역에 있는 배우를 모집할 때가 있는데, 많은 분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하셔서 지원해하기도 했어요.
군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로 한 계기가 있었나요?
음, 특별한 계기가 있어 왔다기보다는 군산 특성에 이끌려서 왔어요. 항구 도시잖아요.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모이고, 교류한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타지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낮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극단 브릿지의 연습실 ⓒ로잇스페이스
청년극단 브릿지의 창작극본 ⓒ로잇스페이스
그러면 오셨을 때는 이미 시민문화회관이 문을 닫은 이후였겠네요. 혹시 기억하고 있는 시민문화회관 첫인상 있으실까요?
처음 왔을 때는 극장 대관이 필요해서 검색하다가 알았죠. 그땐 닫은 줄도 모르고 연락처를 한참 찾았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이곳은 뭐 하는 곳일까 하는 의문이 가장 많았어요. (웃음) 아무래도 우리 연습실 근처에 있다 보니 나가면서 자주 봤어요. 큰 주차장으로 쓰이는구나 싶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잠시 오픈하는 행사를 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내부를 둘러봤는데 공간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엔 이렇게 멋진 공간을 그냥 썩히는 건 너무 아쉽다는 생각 들었죠.
청년브릿지 블로그를 보니까 공간을 탐방하신 기록이 있더라고요. 둘러보고 나서 어떤 점이 재밌다고 느끼셨나요?
그 공간에서 생동감을 느꼈거든요. 어떤 거냐면 분장실이나 무대 위를 봤을 때도 불과 몇 달 전에도 공연이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분주히 무대를 준비하거나,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됐어요. 이곳이 정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공간이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실에 오다 보니 시민문화회관과 아주 가까워요. 재오픈하면 청년브릿지가 극을 올리는 상상이나 기대감도 있으실까요.
물론이죠. 저희도 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시민문화회관이 재개관을 한다면 꼭 공연을 올려보고 싶어요. 시민문화회관의 전체 공간을 활용해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야외까지 아주 넓게요. 관객이 직접 극에 참여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하면 서로가 재밌어요.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이 작품 외부에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작품에 직접 몰두하게 만드는 모든 형식의 극을 총칭한다. (Basingstoke : Palgrave Macmillan, 2013)
단순히 공연을 보는 관객이 아니라 무대를 꾸리는 참여자가 되는 공연이네요.
맞아요. 예를 들어 지금 회관이 공사 중이니까 거기에 귀신의 집처럼 꾸며놓고 “사라진 공연자들을 찾아라!” 하는 미션을 주는 거예요. 시민문화회관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했던 팀이 사라졌으니 회관 곳곳에 단서들을 숨겨놓고 참여자들이 함께 찾는 시나리오예요.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관객도 함께 참여할 수 있고, 덩달아 공간도 둘러보는 거죠. 구석구석요. 단순히 무대 위에서 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게 아니라 배우와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나에게 회관이란? 주차장이다. 폐관된 이후 주차장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친숙하고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경계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