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1]
중학생 소녀의 첫 공연, 강양오 선생님
1996년,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중학생’ 강양오의 공연 당시 모습 ⓒ 강양오
시민문화회관을 지날 때 아이들한테 얼마나 자랑했는지 몰라요.
어릴 때 이곳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는 얘기를요.
커다란 무대, 깜깜한 커튼 뒤, 두근대는 심장 소리,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한 소녀. 1996년 영광여자중학교에 다니던 강양오 씨는 인생 첫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곧 커튼이 열리면 멋지게 인사를 한 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노랫소리에 맞춰 건반을 쳐야 한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니스트가 꿈인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1996년 봄,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전교 음악부장을 맡으며 정기음악회를 준비했다. 무대는 시민문화회관의 공연장이었다.
어린 저에게는 굉장히 크고 멋진 건물이었죠. 무엇보다 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궁금했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생 때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공간처럼 느껴졌죠. 동네 쉼터, 만남의 장소, 본관의 왼편에 동그란 돌담 계단이 있는 곳은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주기도 했어요
매년 열리는 중학교 정기 음악회를 위해 6개월 넘게 방과 후 학교에 남아 건반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커다란 무대에 오르는 건 생각으로도 떨리는 일이었고, 잘하고 싶은 욕심마저 있던 중학생 소녀는 매일 교실에 남아 연습했다. 그가 음악회에서 연주했던 건 두 곡이었다. ‘그리운 금강산’과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6분 남짓한 시간을 위해 6개월 넘게 연습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처음 큰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에게는 3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특별하고 오래 기억 남을 무대였다.
공연 후 친구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강양오
저에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제가 다녔던 중학교는 합창부가 유명했었는데 저는 제2회 정기음악회에 오르게 되었죠. 리허설할 때 동선을 맞추고, 깜깜한 커튼 사이로 순서를 대기하고, 긴장하며 드레스를 갈아입을 때의 텁텁했던 공기가 생각나요. 분주한 발걸음과 무대에 등장했을 때의 박수 소리까지 전부 기억에 남아있죠.
첫 무대에 오르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는 군산의 유치원 교사로 성장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소녀가 피아노를 업으로 살아가는 어른으로 자라진 않았지만, 여전히 무대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여전히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몇 번씩 눈가가 붉어졌다. 피아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할 때 그는 여전히 중학생 소녀 같았다.
1996년 군산영광중학교 제2회 정기음악회 합창 모습 ⓒ 강양오
당시엔 가정사로 더는 배울 기회도, 꿈도 잃었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날엔 그런 일이 상처가 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날의 경험은 제가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합창부원이 된 것도, 전교 음악부장이 돼서 활동하게 된 것도, 열정이 많았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평범했던 제가 특별하게 여겨졌던 순간들이요.
강양오에게 피아노란, 꿈이란, 시민문화회관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번 인터뷰의 중요한 질문은 강양오가 아니라, 우리에게 돌려져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강양오의 시민문화회관 추억이란 어떤 의미인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저는 굉장히 작은 아이였어요. 평범했던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던 곳입니다. 시민문화회관은 꿈을 이뤄주었던 곳이었어요. 제 안에 깊은 추억이 잠든 곳이죠. 이제는 그 기억에 힘을 얻어 새로운 일들을 일구며 살아가요.
제 꿈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꿈은 또 다른 꿈을 낳고 계속 살아 움직이면서 후대로 흘러가죠. 시민문화회관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예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민 모두가 꿈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소통의 장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양오에게 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던 날은, 내가 주인공이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에 찾아오는 찰나의 순간을 통해 각자의 삶을 지탱하며 살아간다. 위대한 횃불이 아닌 일상에서 살아가는 저마다의 반짝거림을 통해 세상을 가꿔갈 준비를 하고 있다. 10대의 강양오는 ‘나의 무대’에 올랐고, 40대의 강양오는 ‘우리의 무대’를 기다린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민문화회관이 되길 바라면서.
강양오가 카페 첼로네시아에서 과거 사진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 로잇스페이스
군산 시민문화회관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군산시립교향악단 출신 음악가 ▲공연 순찰 진행햇던 나운지구대 순경 ▲1995년 2013년 군산 영광여자중학교 합창단장 출신 학생 ▲시민문화회관에 서공연했던 신풍초등학교 출신 어른이 ▲2010년 제9회 리틀모델선발대전에 선정된 어린이 ▲시민문화회관을 놀이터 처럼 사용했던 20-30대 ▲나의 회관일지에 특별한 추억을 나누고 싶은 사람 누구나!
문의 063-464-1504 (소통협력센터 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