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2]
현장 감리의 눈으로 본 시공 과정 은장호
공사 감리자. 시민문화회관 현장의 현장 감리를 맡았다. 25년 전부터 군산에 살았다. 시민문화회관이 문을 닫기 전, 딸이 자주 공연했던 곳으로 기억한다. 겨울에 공연할 때는 항상 ‘추웠다’고 말하던 딸의 후기를 되새김하며 냉난방 설비과 환기 시설 공정을 감독하고 관리한다.
건축 시공 현장에서는 많은 이들 협업하며 진행된다. 그중 현장 감리를 담당하는 은장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시민문화회관 바로 옆에 있는 이디야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회관일지』 1호에 등장하는 최덕규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한 손에 건축 도면을 들고 왔다.
오늘도 현장에 다녀오셨나 봐요.
아, 이거요. 차에 갖다 놓아 하는데, 방금 공정 확인하고 바로 오느라 가져왔어요.
시공 현장에서 현장 감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반적으로 기계 설비라고 하면 냉난방 설비, 위생 설비, 환기 설비처럼 건축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를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짓는 게 100이라고 하면 건축물이 한 60% 정도가 되고, 그다음으로 기계 공정에 해당되는 20%, 그다음 전기 공정에 해당되는 게 한 20% 정도로 보시면 돼요. 저는 그중 기계 공정을 담당하고 있어요.
혹시 기계 공정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딸이 어렸을 때 시민회관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건물이 보시다시피 외벽이 다 유리로 되어 있어서 냉난방이 원활하게 안 돼요. 당시 특히 무대 쪽 냉난방이 원활치 않았어요. 객석에 있는 사람은 괜찮은데, 무대에서 공연할 때 추웠다고 딸이 항상 얘기했거든요. 이번에는 그걸 중점으로 고려했죠.
시민문화회관 공사 현장. ⓒ 로잇스페이스
따님이 알려준 후기네요.
맞아요. 딸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공연하면 다 이쪽으로 왔어요. 그때는 공연도 거의 매주 있고, 거의 무료였어요. 제가 군산에 온 지 25년쯤 됐는데, 회관이 열려 있을 때는 어머니와 같이 공연을 자주 보러 왔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음악회 같은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을 되살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사하는 분들한테 말씀드렸어요. 이런 게 개선돼야 리모델링 효과가 있다고요.
회관 가운데 없던 통로가 생기잖아요. 외풍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아무래도 찬 공기가 밑으로 들어가고, 뜨거운 공기는 위로 상승해요. 그러니 지하 통로 공간이 추울 수밖에 없거요. 진입로 자체가 열려 있으면 온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원래 복도 공간에 냉난방 시설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춥게 느꼈을 수 있어요. 냉난방 측면에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지만, 방문객 입장에서는 통로가 늘어나는 거니까 더 좋죠.
아까 말씀하시기로 김중업 건축가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원래 서울에서 건축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를 하고 싶었거든요. 마침 김중업 건축사무소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하길래 그쪽에 이력서를 내려고 했었죠. 제 친구는 이미 거기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졸업하고 1년 정도 지나서인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인연이 닿지 못했죠.
그때 입사하셨으면 시민문화회관 설계도 참여하셨으려나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설계는 숙련된 분들이 참여하는 업무라 바로 들어가진 못했겠죠.
김중업 건축가의 마지막 작품이라서 보존하려고 신경 많이 쓰셨다고요.
부담감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요. 사실 저희 업무가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배관을 뚫고 통로를 새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외관상에 해치는 부분을 최대한 신경 썼어요. 외벽을 뚫는다든지, 배선이 나와야 하는 부분은 다 지하를 통해서 최소한으로 하게끔 얘기를 했었고요. 제가 관객으로 이곳에 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냉난방이 부족한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죠. 성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민문화회관 공사 현장. 외관의 철제 유리 골조는 최대한 그대로 살렸다. ⓒ 로잇스페이스
새로 생기게 될 통로 공간. 조감도 ⓒKLIMA-A
사실 10년 동안 안 쓰던 건물이잖아요. 물과 전기를 새로 공급한다는 게 쉽지 않은 부분이었을 것 같아요.
기존 시설물 가운데는 이용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고요. 배선이 이미 썩은 상태였기 때문에 다 뜯고 새로 설치하고 있어요. 일부는 차라리 새로 짓는 게 낫지 않냐고 하기도 해요. 물론 더 쉬운 방법이긴 하죠.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은 아니에요. 시민회관 같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몇 없어요. 사실 엄청난 자산이거든요. 주변 도시들을 둘러보면 기존 시설을 허물고 새로 지었어요. 한국의 건축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내해야죠.
나에게 회관이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군산에서 25년 동안 살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