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협력센터 군산

3. 배우는 아니지만 무대에 오릅니다

[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2]

배우는 아니지만 무대에 오릅니다 최정은

월명동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은 대표 ⓒ로잇스페이스
자주적관람 대표. 월명동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한다. 고등학교까지 군산에서 살다가 타지 생활을 경험하고 2009년 귀향했다. 2011년, 군산을 배경으로 한 동명 소설의 연극 『탁류』에서 기생 행화 역을 맡았다. 나운동에 살며 시민문화회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했기 때문에 재개관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
저는 제로웨이스트샵 사장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탁류』 연극에도 오르셨더라고요. 원래 연기를 하셨나요?
아뇨. (웃음) 저희 엄마가 아마추어 연극팀에 소속되어 있거든요. 그때 젊은 여자 배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작했어요. 짧게 도와주는 느낌으로 가볍게 합류했는데, 세대가 다른 엄마뻘 되는 배우들과 같이 무대를 준비하고 오르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엄청 즐거우셨나 봐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셨나요.
사실 제가 연기에 열정이 있다거나 무대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잖아요. 연습하면서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항상 퇴근하고 모였거든요. 다들 생업을 마치고 6시부터 11시 정도까지 연습했는데, 지친 기색 없이 너무나 행복하게 연기하는 거예요. 그걸 보는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강심장이라 무대에서 잘 떨지도 않았고, 같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같이 하나의 극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랄까요.
그 뒤로도 다른 무대 활동을 하셨나요?
네. 많이는 아니고 한두 개 정도? 『심봉사전 다시 눈을 감다』라는 연극에서 심청이 역할을 했어요. 그것도 시민문화회관에서 공연했죠.
심청이면… 주인공 아닌가요?
맞아요. 주인공 안 시킨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대사도 많고 분량도 참 많았습니다.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크레인을 타고 곡을 하는 게 첫 장면이었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없고 전공도 아닌데, 노래와 연기에 재능이 있으신 건가요?
전혀 아니에요. 제가 어떤 일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저는 음치, 박치예요. 진짜, 같이하니까 했던 거예요.
그때 영상이 있다면 꼭 보고 싶네요. 정은 님이 노래하는 걸…….
(고개를 저으며 민망하다는 듯이) 저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탁류』가 군산을 배경으로 한 동명 소설을 연극화 한 거잖아요. 극에 오르기 전에도 알고 계셨나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연극을 준비하면서 소설을 처음 읽었고, 내가 사는 곳이 배경이었구나 싶었죠. 개복동, 아리랑 고개, 째보선창같이 군산의 익숙한 지명이 소설에 등장하거든요. 저는 신흥동 근처에 있는 중학교에 다녔는데, 그때까지 일본식 가옥도 잘 몰랐어요. 연극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군산의 역사적인 배경을 많이 알게 됐죠.
내가 사는 동네도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많죠.
맞아요. 저는 나운동에 오래 살아서 원도심 쪽은 갈 일이 없고 관심도 없었어요. 포스터 촬영할 때 히로스가옥 안에 들어가서 찍었거든요. 군산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어요. 그때는 근대 역사 마을로 조성하기 전이라 곳곳에 옛날 흔적이 더 많았거든요.
월명동에서 제로웨이스트샵 모습 ⓒ로잇스페이스
나운동에 오래 사셨으면, 회관 근처에 계셨겠네요.
네. 바로 앞에 살았어요. 부모님은 아직도 거기 사세요. 어렸을 때 누가 “너 어디 살아?” 물어보면 “나 시민문화회관 앞에”라고 대답했어요. (웃음) 그럼 모르는 사람이 없거든요. 군산 사람은.
그럼 『탁류』 외에도 시민문화회관을 기억하는 모습이 다양하겠어요.
그럼요. 집 앞이기도 하고, 초·중·고 때 지역 행사를 회관에서 정말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축제, 2002년 월드컵 응원 이런 것들을 다 시민문화회관에서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서예 전시 열기도 했죠. 지하 전시관을 굉장히 많이 갔습니다. 저한텐 큰 놀이터였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학교 끝나고 거기 가서 놀기도 했고요.
비교적 최근이라 그런지, 동네여서 애정이 넘쳐서 그런지 정말 선명하게 기억하시네요.
저에겐 굉장히 최근입니다. (웃음) 시민문화회관이 문 닫기 바로 전해인 2012년에 공연을 했기 때문이죠. 무대에 올라가면 정면에 커튼들이 많았어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그것들이 움직였죠. 또 무대에 서서 핀 조명을 받을 때는 앞이 잘 안 보이는데, 무대가 밝아지면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엄청나게 잘 보여요. 그분들 눈 마주치면서 무대에 서는 것도, 관객으로 보는 것도 정말 즐겁더라고요.
나에게 회관이란, 하나로 통하는 공간이다. 저의 생애주기라고 해야 할까요? 성장 과정을 함께한 진짜 상징적인 곳이에요. 군산의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꽃다발을 받지 않았을까 하면서 설렘의 공간으로도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