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2]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힘 권예은
대학생. 초등학교 때는 군산 소년소녀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고, 중학교 때는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활동하며 군산의 문화 정책 활동을 제안했다. 대학에서는 사업계획서를 만들며 창업을 공부한다. 군산을 사랑하는 군산러버다.
“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를 꿈꾸며 시민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군산의 청소년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이하 달그락)’에 대한 설명이다. 군산대학교 융합기술 창업학과 재학 중인 권예은은 중학생 때부터 달그락에 합류해, 지역사회에서 정책 제안 활동을 하며 구체적인 실천 방향으로 제시했다. 2018년 여름, 달그락 청소년 참여포럼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시민문화회관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매년 달그락에서 발간하는 정책활동 토론집에 실제로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 하교 후 쉼터’로 활용하거나, 학교별로 성격이 비슷한 ‘동아리 연계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사용하자는 제안이었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을 군산청소년문화센터로 활용 - 체험전, 박람회 진행, 쉴 공간, 동아리 연계 활동 공간 마련. (권예은, 전지적 ‘우리들’ 시점 중에서, 2018 달그락 청소년 참여포럼 기록집)
우리 지역을 둘러보고 나와 내 주변의 삶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는 권예은의 부지런함이 궁금해 군산대학교 안에 있는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그는 밝은 얼굴로 맞이해줬고, 대학생 특유의 싱그러움도 함께 느껴졌다. 오래도록 군산에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달그락달그락에서 발간한 정책 활동 토론집 ⓒ로잇스페이스
달그락달그락에서 발간한 활동집 ⓒ로잇스페이스
청소년 때 시민문화회관 활용 방안을 제안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인데, 청소년자치연구소 안에서 청소년의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어요. 초기 기획은 군산시 안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자는 의견이었죠. 저희는 군산초등학교와 시민문화회관이 비어 있어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하셨나요?
하교 후에 쉼터, 학교의 동아리 간 연계 활동을 제안했어요. 보시는 것처럼 저희가 매년 토론집을 만들었거든요. 저도 잊고 있었는데 그때 자료를 살펴보니까 그렇게 나와 있더라고요. (웃음)
그럼 어릴 적에도 시민문화회관을 방문하셨나요?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합창단 소속이었어요. 전에는 전북 CBS 소년소녀합창단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엔 군산 소년소녀합창단으로 바꿔 부르더라고. 매년 합창부 공연을 회관에서 했어요. 친구들과 대기실에서 무대로 가는 길목, 안쪽의 대기실이 기억에 남아요. 작년에 회관에서 행사했을 때 내부 탐방을 시켜주시더라고요. 그때 정말 몇 년 만에 내부에 들어갔죠.
그럼 무대에도 많이 오르셨겠어요.
맞아요. 회관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겨울쯤에 무대에 올랐을 때예요. 그때는 아주 어려서 선명하게는 안 남아 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요. 회관은 특이하게 공연장 대기실 거울이 통유리가 아니라 자리마다 세로로 있었어요. 거기에 앉아서 엄마가 머리를 해준 게 생각나요. 친구들이랑 무대 오르기 전에 간식을 까먹었던 것도요. 매년 합창단 연습하며 무대에 올랐죠. 저는 올림머리를 자주 했어요.
그런 추억이 많은 시민문화회관이 내년 초에 재개관해요. 군산에서 계속 살았던 입장에서 공간이 어떻게 활용됐으면 좋겠는지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중학교 때 합창부 지휘 선생님이 “군산은 음악 하기에 너무 척한 땅”이라고 얘기하신 게 기억나요. 당시엔 어렸으니까 “우리 군산은 그렇구나.” 하고 속상한 마음도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 군산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는 작은 예술가들이 많거든요. 시민문화회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을 모으는 기능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분들이 편하게 작품 활동하는 곳으로요. 시민문화회관은 시민들의 기억을 품고 있잖아요. 저도 이렇게 선명히 기억하는데 기억을 저장하는 창구 활동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참여를 이끌어냈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시민이 문화 예술로 이끌어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욕심이 너무 많나요? (웃음) 생각보다 군산 발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더 삶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좀 많긴 하네요. (웃음) 얘기하다 보니 군산에 대한 애정이 절로 느껴져요.
맞아요. 다들 떠나고 싶어 하는데, 저는 여기가 좋아요. 더 오래 있고 싶어요. 수도권은 뭐든지 포화 상태잖아요. 군산에서 한다면 최초가 될 텐데 그래서 여기서 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볼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종착지는 군산이 될 것 같아요. 저는 군산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나에게 회관이란, 나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준 곳이다. 매년 친구들에게 공연 보러 오라고 초청하고, 떨리는 무대에 올랐던 장소. 어느새 나의 삶에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