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아들〉(1990)과 같은 선구적인 영화가 있었으나 군산이 한국 영화의 배경으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계기가 됐다. 발표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널리 칭송되는 이 전설의 멜로드라마는 스토리 공간의 핵심을 이루는 사진관과 거리, 초등학교 운동장, 상점 등의 장소가 모여 있는 군산의 구도심 일대에서 촬영했다. 이후 〈타짜〉(2006), 〈라듸오 데이즈〉(2008), 〈소중한 날의 꿈〉(2011),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4),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2018) 등 장르와 스타일을 불문한 다양한 영화가 이 도시를 무대로 선택해 왔다. 다채로운 시대와 인상, 감성을 나타내는 공간들이 근거리에 있다는 것은 영화 제작의 효율성, 희소성을 담보하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특별히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무대의 의미를 초월해 군산의 장소성이 서사와 주제, 정서의 원천이 되는 영화다. 서울에서 군산으로 여행 온 커플이 소요하는 공간들을 해당 장소의 역사와 인상, 조형으로 환유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은 공간이 영감을 제공한 사례로, 경암동 철길 마을과 해망굴로 대표되는 오래된 흔적이 남은 장소들을 샘플링해 작화에 반영함으로써 지난날들의 노스탤지어를 되살린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